(칼럼)적폐는 적폐를 낳는다
배종석 | 입력 : 2019/05/03 [17:57]
문재인 대통령은 중단없는 적폐청산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2년이 된 상태에서도 아직까지 적폐청산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보수와 진보진영의 사회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국정농단,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반헌법적인 것이고 타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대해 공감이 있다면 그에 대해선 타협도 협치도 가능할 것이라는 뜻을 사회원로들에게 전했다.
또한 가장 힘들게 생각되는 것은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서 대립이나 갈등이 격렬하고 또 그에 따라서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들이 가장 걱정스럽다는 우려의 뜻을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떤 분들은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좀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 그런 말씀들도 많이 듣는다.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도 밝혔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적폐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과연 적폐청산이 이뤄질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자칫 적폐청산이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데 이용된다면 향후 정치적인 큰 혼란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는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정치적인 기반과 영역을 넓히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정권을 많이 보아왔다.
결국 끝은 좋지 않았다. 또다시 정권이 바뀌면 겉은 새로운 사회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부정부패청산, 사회부조리청산이라며 적폐청산에 나서지만 속내는 자신의 정적제거에 이를 적극 이용했다. 나중에 자신도 정적제거의 회생양이 됐다.
그렇지만 적폐청산의 그 자리에는 또다시 적폐청산이 자라고 있다. 그 적폐청산은 또다시 적폐청산을 낳고, 그 사이에 국민들은 힘들어 하고, 심지어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적폐청산을 뿌리뽑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보이지 않은 땅속 깊은 곳에서 자라고 있는 적폐청산까지 뿌리뽑을 수 있을까.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적폐청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화합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 화합하고 보듬어주는 그런 정권을 기대하고 있다. 지루한 적폐청산이 계속될 경우 국민들은 식상해 하고, 적폐청산의 기대감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바로 지금 우리는 역사의 되풀이를 보지 않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자유한국당이 결국 자신들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가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화합이라는 단어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배종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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