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성병관리소, '치욕의 역사인가? VS 보존할 역사인가?'
배종석·이재성 | 입력 : 2024/09/01 [20:57]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를 놓고 시와 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1일 시는 지난해 2월 29억 원을 들여 건물과 용지를 매입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개발 관광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시는 2억 2,000만 원을 철거비용을 통해 올해 안에 건물부터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시에서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한 후 관광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소요산 관광지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역사인 성병관리소를 근현대사 유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무기한 농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여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요산 초입에 위치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을 검사하고, 성병에 걸릴 경우 수용하는 시설로 정부에서 운영했다.
일부에선 '몽키하우스'로 불렸다. 이른바 '낙검자 수용시설'에 수용된 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신세 같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특히 동두천을 비롯, 경기도 미군 주둔지역에 존재하던 성병관리소 6곳은 1990년대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반면, 1996년 폐쇄된 동두천 성병관리소만 아직 건물이 남아 28년째 방치돼 있다.
그렇지만 참여연대 등 59개 시민단체들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철거 저지에 나섰다.
시민단체는 "이곳은 수많은 여성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실"이라며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마땅히 보존돼 역사·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미래 세대의 건축물로 재탄생해야 한다. 철거를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방치된 세월이 길어지면서 건물 관리가 전혀 되지 않자 지역 주민들은 성병관리소를 흉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소요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이미지가 좋지 않다. 철거 추진은 변함이 없다"라고 덧붙였다./배종석ㆍ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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