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5극 3특의 지도 위에 '사람'을 그리다.

양행옥 | 기사입력 2026/07/04 [15:03]

(칼럼)5극 3특의 지도 위에 '사람'을 그리다.

양행옥 | 입력 : 2026/07/04 [15:03]

대한민국의 지도는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전체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모여 사는 나라.

 

청년들은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남겨진 지방의 도시들은 하나둘 소멸의 경고등을 켜왔다. '수도권 일극 체제'라는 거대한 블랙홀 앞에서 국토 균형 발전은 언제나 당위적인 구호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지방시대 국토 균형 발전 5극 3특 산업지도'는 단순한 경제 계획이나 숫자의 나열을 넘어선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다시 골고루 숨을 쉬기 위한 사투이자, 전국 어디에 살든 차별받지 않고 꿈을 꿀 수 있게 하겠다는 대담한 약속이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전국을 5개의 초광역 경제권(5극)과 3개의 특별자치도(3특)로 재편하고, 권역마다 수백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충청권의 392조 원, 호남권의 최대 896조 원이라는 숫자는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화려한 수치 이면에 담긴 '공간의 정의(正義)'다.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영남의 거친 바다와 공장들은 '피지컬 AI'라는 날개를 달고 휴머노이드와 차세대 조선으로 부활한다. 새만금의 드넓은 대지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저탄소 신재생 에너지의 요람으로 탈바꿈하고, 빛고을 광주는 호남의 새로운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강원의 청정 바이오와 제주의 AI 데이터센터까지, 이제 지방은 더 이상 수도권의 시혜를 기다리는 변두리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당당한 '주역'이다.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올 가장 아름다운 기적은 결국 '사람의 귀환'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행 편도 열차표를 끊지 않아도 되는 세상, 나고 자란 고향에서 부모의 곁을 지키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세상. '5극 3특'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이 완성된다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지역의 공동체와 삶의 여유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예고된 천문학적인 자본이 적재적소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규제의 과감한 철폐와 지자체 간의 긴밀한 연대, 그리고 무엇보다 정권의 침탈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 산업지도는 밑그림일 뿐, 그 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우리의 끈기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가장 높은 빌딩이 있는 곳이 아니라, 가장 소외된 곳이 얼마나 단단해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새로운 지도가 그려졌다. 이 지도가 완성되는 날, 대한민국은 비로소 한쪽 날개로 위태롭게 날던 새에서, 온몸의 근육을 골고루 쓰며 힘차게 웅비하는 독수리가 될 것이다.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지방시대', 그것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5극 3특의 지도 위에 그려질 대한민국의 찬란한 내일을 기대한다./회장 양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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