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남 사천에서 인천 연수까지

양행옥 | 기사입력 2026/07/06 [19:19]

(칼럼)경남 사천에서 인천 연수까지

양행옥 | 입력 : 2026/07/06 [19:19]

불과 며칠 전 경남 사천시의회에서는 의장 선거를 앞두고 당선된 의원이 탈당하면서 의회 권력 구도가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이어 이번에는 인천 연수구의회에서도 임기 시작 사흘 만에 당선 의원이 탈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연일까. 아니면 정치권에 잘못된 풍토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일까. 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당선증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당적을 바꾸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국민은 선거를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뒤, 의장단 선출이나 의회 권력구조가 형성되는 시점에 탈당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정치적 신념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선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탈당은 법이 보장하는 정치인의 권리다. 그러나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선거 직후의 탈당은 법적 문제와 별개로 유권자의 신뢰라는 더 무거운 문제를 남긴다.

 

정치는 법률만으로 평가받는 영역이 아니다. 신뢰와 약속, 그리고 책임이 정치의 본질이다. 유권자는 특정 개인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후보가 내건 정책과 정당의 가치, 그리고 공천이라는 정치적 약속까지 함께 선택한다. 이를 선거 직후 뒤집는다면 국민은 자신이 던진 한 표가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이용됐다고 느낄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례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탈당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고도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에 의해 유지된다.

 

정당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공천은 단순히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선택하는 절차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약속을 끝까지 지킬 사람을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공천 시스템이 정치적 책임보다 당선 가능성만 따진다면 이러한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이제는 정치권 전체가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선거 직후 당적 변경에 대한 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줄일 장치를 마련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특정 개인을 겨냥하기보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의 범위 안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산다. 그 신뢰를 잃는 순간 권력은 남을지 몰라도 정당성은 사라진다. 사천에서 시작된 탈당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연수구에서 또다시 같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탈당 그 자체가 아니라, 선거 때의 약속이 너무 쉽게 뒤집히는 현실 때문이다. 이제 정치권은 변명보다 책임을 말해야 한다.

 

국민의 한 표는 정치인의 개인 자산이 아니다. 그 한 표는 국민이 맡긴 공적 신뢰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무거운 약속이다. 그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국민은 언젠가 정치인보다 정치를 먼저 외면하게 될 것이다./회장 양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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