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종교 지도자의 언어는 선동이 아니라 양심이어야 한다.

양행옥 | 기사입력 2026/07/12 [18:55]

(칼럼)종교 지도자의 언어는 선동이 아니라 양심이어야 한다.

양행옥 | 입력 : 2026/07/12 [18:55]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은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다. 목사는 정치 지도자가 아니다. 군중을 분노로 몰아가는 선동가도 아니다. 목사는 갈등을 치유하고 상처 입은 사람을 위로하며, 진실과 화해를 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 관련 재판에서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법정에서 전광훈 씨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이동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전광훈 씨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사실관계와 형사책임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재판과는 별개로, 광장과 야외집회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국민저항권'이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저항권은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헌법적 원리로 논의되는 개념이지, 군중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정치적 대립을 증폭시키기 위한 구호가 아니다.

 

더욱이 기독교 목회자라면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예수께서 사셨던 시대는 로마 제국의 식민 통치 아래 정치적 자유가 제한됐고, 당시 종교 권력과 정치 권력이 결탁해 양심과 진실을 억압하던 시대였다. 결국 예수는 불의한 재판 끝에 십자가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예수는 군중을 선동해 폭력으로 체제를 뒤엎자고 외치지 않았다. 제자들에게 칼을 들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가르침으로 폭력의 악순환을 경계했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증오보다 사랑을, 보복보다 용서를 가르쳤다. 예수께서 세상을 변화시키려 했던 방법은 군중의 분노가 아니라 진리와 사랑, 그리고 희생이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2천 년 전 유대 사회와 같은 정치적·종교적 환경에 놓여 있지 않다. 대한민국은 헌법이 최고 규범으로 기능하는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은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국회는 입법권을 행사하며, 법원은 독립된 사법권을 통해 분쟁을 판단한다. 정부를 비판할 자유가 보장되고, 판결에 이견이 있을 경우 항소와 상고 등 적법한 절차도 마련돼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도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불신은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셨던 시대와 같은 정치적·종교적 박해의 상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역사적 배경도 다르고, 헌법 질서와 민주적 제도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가 광장과 야외집회에서 반복적으로 국민저항권을 외친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그 저항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인가. 국민이 선출한 민주적 제도를 지키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특정 정치세력이나 특정 인물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구호인가. 종교 지도자의 말은 일반인의 말보다 훨씬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은 신도들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광장에서 외치는 한마디는 사회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목회자의 언어는 더욱 절제되어야 하고,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종교는 분노를 조직하는 확성기가 아니라 양심을 일깨우는 등불이어야 한다. 교회는 정치적 대결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상처 입은 이들을 품는 공동체여야 한다. 목사는 군중의 분노를 이끄는 선동가가 아니라 사회를 화해와 평화로 인도하는 목자여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은 군중의 함성이 아니라 헌법을 존중하는 시민의식에서 시작된다. 신앙을 지키는 길 역시 선동이 아니라 사랑과 진실, 책임 있는 언어, 그리고 겸손한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회장 양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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